민사소송 95%는 합의로 마무리
민사소송 95% 이상은 재판까지 가지 않고 합의(Settlement)로 마무리된다고 한다. 심지어 재판 당일에도 재판 시작 전, 재판장에서 합의가 성사되기도 한다.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재판 대신 합의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를 살펴보려고 한다.
(1) 개인 정보 및 사생활 공개에 대한 부담
소송을 하게 되면 소송장부터 소송에 관련된 모든 증거물 및 증언 등을 법원에 제출하게 되는데 이 모든 내용이 법원 기록으로 평생 남아 있게 된다. 법원 기록은 공개문서(Public Record)이므로, 누구나 열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도 가능하다. 따라서 공개문서 내용이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것을 사생활 침해라고 볼 수 없게 된다. 또한 소송 과정에 사실 조사(Discovery)라는 절차가 있는데, 이는 양측이 서로 소송에 관련된 증거와 증인들을 심문하는 과정이다. 이때 개인 정보 및 사생활에 관한 질문과 답변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 자체를 불편하게 여겨 증거 제출과 증인 참석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. 소송 전에는 이 과정 존재조차 모르다가 때가 되어 변호사로부터 이 내용을 듣게 되면 본인과 증인의 개인 정보와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더 소송에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합의로 가는 경우가 많다.
(2) 재판까지 3년에서 5년까지의 시간 소요
소송을 시작하고 재판 날짜가 잡힐 때까지 적어도 3년, 많게는 5년까지 시간이 걸린다. 이보다 더 빠르고 신속한 해결을 원하는 경우, 합의를 선택하기도 한다. 심지어 재판 날짜가 잡힌 이후에도 합의는 가능하다.
(3)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재판 결과에 대한 부담
재판을 한다 해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. 확률은 50:50이며, 그 누구도 승소를 장담할 수가 없다. 결국 50%의 확률만을 가지고 3년에서 5년의 변호사 비용을 들이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이 되어 합의를 선택하게 된다. 또한 재판에 가면 누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이 나는데, 그 자체가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. 피의자 입장에서는 원치 않는 결과가 평생 법원 기록으로 남게 될 수도 있음으로, 본인 잘못으로 확정되는 판결보다는 합의하여 소송 결과를 누구 잘못도 아닌 내용으로 남기려고 합의를 선택하기도 한다.
(4)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감과 판결 후 보상금 미지급 가능성 있어
기업 간 민사소송인 경우, 소송 시작부터 재판까지 보통 3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 변호사 비용이 든다고 볼 수 있다. 피해액이나 배상 액수가 변호사 비용과 비슷할 경우, 합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. 또한 재판에서 승소한다고 해서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반드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. 왜냐하면 판결이 나와도 그 판결대로 패소자가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. 승소했다 해도 판결 내용 그대로 보상받지 못할 수도 있고, 그런 위험이 높아 보이는 경우 합의를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.
(5) 소송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한 부담
소송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엄청난 심리적 부담감을 준다. 아무리 진실로 서술하고 주장해도 판사가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고, 그 내용을 증명할 확실한 증거 또한 확보해야 한다. 또, 상대방이 거짓 내용으로 또는 거짓 증거로 주장하면 그 자체로도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.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피해가 물질적인 피해보다 더 클 수 있다. 이런 경우, 소송 중간에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합의에 이르게 된다.
